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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게씀_ 정기 산행 기록

2월 관악산 _ 고도 632m_등산 햇병아리 탈출 기념, 정상에서 알라딘 커피 한 잔.

 
◎ 코스 : 관악산 제1등산로(관음사 ↔ 연주대 3.8km)

◎ 일정 : 2월 17일(토요일)

  • 7시 55분 만남 - 사당역 10번 출구  <파리바게트>
  • 8시 10분 관음사 주차장(대장님 차로 이동)
  • 8시 13분 등산 시작
  • 8시 43분 전망대 도착
  • 9시 39분 헬기 착륙장
  • 9시 45분 정상 근처, 빙판 경사. 아이젠 착용
  • 10시 20분 휴식. 영양 보충
  • 10시 30분 정상 도착
  • 10시 42분 연주암
  • 11시 22분 하산 시작
  • 13시 24분 식당 <계림 닭 한 마리>
  • 14시 27분 카페 <낙타 날다>
  • 15시 50분 해산

◎  소요 시간 : 약 4시간 36분(휴식 포함 워치 기록)
◎  참여 인원 : 5명
◎  준비물 
건강한 몸, 뜨거운 물(2인), 커피(대장), 아이젠, 장갑


 

 

 

 
 

 
 



2월의 등산은 관악산(冠岳山)!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과 경기도 안양시, 과천시 경계에  있는 산이다. 우스갯소리로 '악' 붙은 산은 악 소리가 날만큼 오르기 힘들다고 한다. 관악산도 악이 붙었으니 만만히 볼 산은 아니다.
 

+++몰라도 상관없는 잡지식+++

악산 하면, 대부분 '악(惡)'자를 생각하여 산세가 험하고 규모가 커서 오르기 힘든 산을 떠올린다. 허나 국내에는 惡을 쓴 산은 없다. 대부분 '岳'이나' 嶽'을 주로 쓴다.

岳은 산(山) 위에 언덕(丘)이 더한 것으로, 산 중에서도 큰 산에 자주 붙이는 단어인 만큼, 보통의 낮은 산 보다야 높이도 높고 오르기 힘든 산을 뜻 한다. 그래도 惡이 주는 느낌 보다야 덜 험한 느낌이다.

한국 등산가 사이에서 한국의 5대 악산월악산, 설악산, 치악산, 운악산, 삼악산을 뽑는다.
이와 비슷하게 관악산, 화악산, 감악산, 운악산, 송악산경기오악(京畿五岳)으로 분류하고 있다.

뭔 산인들 애초에 오르기 힘들지 않은 산이 어디 있겠냐만은. 일단 좀 더 높으니 더 힘든 것은 사실. 다만, 이 악산에 대해 공식적으로 정의된 바는 없다고 한다. 그저 뭐든 분류하고 이름 뜻을 궁금해하는 이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이야기 될 뿐이다.


관악산 등산 후기를 가장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등산 햇병아리는 관악산 정상을 찍고 한 단계 성장에 성공했다. 이제 등산을 할 때, 우리의 난이도 기준은 관악산이 될 것이다.

끝.



 
-이라고 끝내기엔 사진첩에 남은 사진이 너무 많다. 좀 털어내고 가야지.

다시 등산 시작 전으로 돌아가서, 예비 동호회 회원 중 한 분과 나눈 대화다.

"다음은 어디 간다고요?"
"관악산이요! 악이 붙었으면 좀 힘들다던데."
"관악산이요? 그렇게 어렵진 않을 텐데."

집 뒷산과 관악산이 이어져 있어서 가끔 올라간다던 분. 다시 보니 여기 함정이 있었다.

종종 올라간 곳 = 등산에 익숙함 = 웬만해서 안 힘듦

속이는 사람은 없는데, 속은 사람은 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했어요!"

안 어렵다고 하니 가볍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쉽진 않았다. 진짜 악! 소리가 나는 정도의 난도는 아니었으나, 앞서 다녀온 인왕산보다 높이부터 약 2배다. 정상에 다다를수록 흙보단 바위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위험한 구간이 제법 있었다. 중간에 완등 포기를 진지하게 생각한 회원도 있었으니, 초보자에겐 충분히 난도가 있는 산이라 할 수 있다.

 
사당역 근처엔 등산복 입은 무리들이 제법 보였다. 그들의 복장에서도 인왕산과 차이가 있음을 알았어야 했는데. 그냥 등산 가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우리도 이 중 하나라니! 이런 생각뿐이었다.
 

우리의 약속 시간은 8시. 다들 어찌나 부지런한지. 7시 55분에 모두 모였다. 



 
대장님의 차로 관음사까지 함께 이동. 주말 관음사를 찾는 방문객도, 등산하러 온 분도 많아 주차장 자리가 없다. 올라가고 또 올라가서 겨우 한 자리를 잡았다.




미리 출발 전 화장실도 들리고(산 중간에도 화장실은 있으나, 관리가 잘 안 되어 있다), 우리가 갈 등산로도 확인. 대장님을 선두로 출발했다.

우리가 선택한 등산로는 제1등산로. 관음사를 시작으로 올라 봉우리를 타고 이동하는 길이다. 골짜기를 타지 않아서 그런가. 초입 이후로는 이정표가 많진 않다. 대신 워낙 많은 이들이 오른 탓에 길이 참 잘 닦여있다. 그 길만 따라 올라가면 된다.

"블로그인가. 어디서 봤는데. 산은 올라갈 때 계속 풍경이 예쁜 산이랑, 올라갈 때는 온통 숲으로 막혀서 볼 것 없다가, 정상에서 포텐 터지는 산이 있다고 해요."
"그럼 여긴 올라갈 때도 멋있는 산이네요."
"그렇죠?"




경사가 있고, 겨울이라 완전한 녹음이 우거지기 전. 주변을 가로막는 것이 없으니 시야가 잘 트여 있는 산. 사진 찍으면 잘 나올 것 같은 곳이 제법 많다.




그중에서도 이곳이 제일 찍기 좋았다.
 


2월에도 눈은 녹지 않았다. 경사와 빙판이 만남은 뭐 더 설명할 필요가 있나. 엄청 미끄럽다. 


"여긴 진짜 아이젠 신어야겠네요."
"두 명은 아이젠 가져왔으니 하나씩 나눠 끼면..."




아이젠을 챙겨 온 사람은 둘. 우린 다섯. 하나씩 나눠도 한 명은 아예 못 신는다. 그럼 누가 신지 않을 것인가. 애초에 대장이 분명 필요할 것이라 말했는데도 안 챙긴 사람. 신발 사이즈도 안 맞고, 일단 이 중에 덜 미끄러지고, 팔 힘으로 버틸 사람.

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다. 대장님이 양보해주려 하셨으나, 사이즈가 안 맞다. 
 
"발이... 크네요."
"제가 키 대비 발이 좀. 그냥 저는 알아서 잘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럼, 중간에 껴서 올라가요. 미끄러져도 잡아줄 테니."
"아뇨. 먼저 올라가겠습니다!"
"무엇보다 안 다치는 게 중요해요. 안전하게 중간에 껴서 올라가요."
 
내가 혹여  미끄러지면 회원들이 잡아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스트라이크 치겠다. 우르르 미끄러져서 모두가 다치는 것보다야 하나가 나을 듯하여 더 말리기 전에 거리를 두고 후다닥 먼저 올라갔다.
 
시골 출신이라 내가 이런 빙판 길 좀 걸어봤지 않겠나-는 농담이고, 빙판이 심한 곳은 밧줄이나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다. 최대한 남이 덜 밟은 눈 부분을 밟아 미끄러지지 않고 올라갔다. 다른 회원도 아이젠 도움을 받고 난간을 잘 잡아 이동. 모두 무사히 빙판 구간을 지났다. 이번엔 어찌 잘 올라갔다만. 다음엔 안전하게 아이젠을 챙겨야지.


중간에 숨 고르고 수분과 당 보충.
조금 더 힘내서 올라 드디어 정상 도착!


인왕산은 왕복까지 해서 한 시간 조금 넘었는데, 여긴 정상까지 올라오는 것만 해도 2시간이나 걸렸다. 그만큼 힘도 많이 들었다.

정상 전 바위와 절벽으로 조금 위험한 구간을 지날 때, 진지하게 완등을 포기할까 고민한 사람도 있었다. 
 
"다 왔어요!"
 
그때마다 서로를 기다려주고, 할 수 있다 다독인 동료들. 한 구간 한 구간 고비마다 그렇게 서로 응원하며 잘 넘어서 올라왔다.

그러니 그렇게 힘들게 올라온 정상은 또 얼마나 아름답고, 마음은 얼마나 또 뿌듯한가. 
 
정상석에서 사진도 찍고, 연주암에 들러 절도 했다. 연주암은 기도도량이라 최대한 조용히 방문. 사진은 찍지 않았다. 
 
정상의 넓은 바위에 앉아 휴식.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이 올라오는 사람들과 파랗게 확 트인 주변 풍경을 구경하며 땀을 식혔다. 
 
"우와, 이걸 어떻게 들고 왔어요?"
"진짜... 무거웠어요!"
 
1l와 500ml의 보온병. 성능이 얼마나 좋은 지, 새벽부터 챙겨 온 물임에도 여전히 뜨거웠다.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파는 드립백과 콜드브루 한 잔.

이 한 잔을 위해 무거운 보온병을 챙겨 온 두 회원과 커피를 종류별로 챙겨 온 대장께 다시 한번 감사를. 커피 맛을 잘 모르던 나인데, 여기서 커피 맛을 제대로 느꼈다.




"와. 라면 냄새..."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도 다른 등산 팀에서 챙겨 온 라면 냄새가 코를 유혹했다. 

"다음엔 우리도 컵라면 챙겨 올까요?"
"좋아요!"

라면은 다음을 기약하고, 당장은 커피와 계란으로 마무리.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슬슬 올라오는 이들이 더욱 많아지고, 하산 후 출근할 사람이 있어 얼른 내려갔다.
 
점심으로 뭘 먹을지는 고민하지 않았다. 등산 오기 전, 관악사 아래에 맛있다는 백숙집이 있으니 점심은 거기서 먹으면 좋겠다고 미리 정한 곳이 있었으니까.
 
얼른 내려가 보양식으로 오늘 등산을 마무리 하자며 힘내서 내려갔는데, 우리가 가려던 식당 문이 닫혀있다. 이제 장사를 아예 안 하는 분위기다. 한껏 기대했던 보양식이 날아가니 더욱 배가 고팠다. 급히 대체할 식당을 찾았다. 몸보신을 하기로 했으니, 웬만하면 메뉴는 백숙이나 닭으로. 웬만하면 차로 이동할 것이니 주차가 가능하면 최고다.
 
"그럼 여긴 어때요? 계림 닭 한 마리."
 
사당역 근처 주차가 가능한 곳을 찾기도 쉽지 않았고, 당장 배가 고프니 바로 이동. 일단 가서 주차장을 찾기로 했다.





이 식당은 골목에 있는 식당이라 주차가 쉽지 않았다. 미리 두 사람만 차에서 내려 메뉴를 주문하고, 대장과 다른 일행은 조금 떨어진 공용 주차장에 주차 후 합류. 정말 말 한마디도 없이 모두 식사에 집중했다. 
 
신기한 건, 다들 다리보다 다른 부위를 좋아해서 마지막에 다리 하나가 남았다는 것. 나도 가슴 파인데, 여긴 은근히 가슴파가 많더라. 다들 어떻게 하나같이 다리 외 다른 부위를 좋아하냐며, 남기면 아까우니 아무나 먹으라고 했지만, 어째 아무도 안 건드렸다. 이대로면 사장님이 맛이 없었나... 다리를 남기다니, 섭섭해하실까 봐 내가 마무리를 찍었다. 
 
보양은 닭으로 단단히 채웠으니, 단짠의 조화를 위해 카페로 이동. <낙타 날다>에서 케이크와 음료를 주문했다.




이번엔 간단한 잡담도 하다가 예비 회원 이야기, 다음 등산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 날의 등산은 마무리. 3월은 도봉산, 4월은 삼악산으로 정해졌다.

고로 다음 후기는 도봉산! 
 
미리 예고하나 하자면, 도봉산은 고양이 천국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새 회원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