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 지리산국립공원중산리(장터목) 코스 칼바위 출발 장터목 코스로 하산
◎ 일정 : 8월 31일(토요일)
무박 등산. 30일 저녁 서울에서 출발.
[8월 30일]
8시 16분 서울역 출발 (저녁)
22시 47분 죽암휴게소 (부산방향)
[8월 31일]
01시 34분 중산리 버스 정류소 (차박)
03시 20분 기상/ 등산 준비
03시 49분 주차장에서 편의점으로 이동
03시 55분 중산리 GS25 아침 식사
05시 00분 중산리탐방지원센터
05시 10분 지리산 중산리 등산로 입구/ 통천문
05시 39분 칼바위
06시 28분 안전쉼터 / 칼바위 상단
07시 32분 로타리 대피소 (공사 중)
07시 34분 법계사 일주문
08시 30분 심장안전쉼터 / 1차 도시락 아침
09시 04분 개선문
09시 27분 천왕샘 하단
09시 47분 천왕샘
10시 02분 천왕봉 정상
10시 27분 하산
10시 45분 통천문
11시 28분 장터목 대피소 / 점심
12시 42분 다시 하산
13시 18분 명성교
14시 09분 유암폭포
14시 18분 법천폭포/ 홈바위교
15시 34분 칼바위
16시 35분 중산리 주차장/ 택시 이동
16시 43분 지리산 휴게소 / 팥빙수
17시 15분 출발
19시 21분 금산인삼랜드 휴게소
22시 27분 반포역
◎ 소요 시간 : 약 11시간 01분
( 짧은 휴식 포함 주차장까지)
◎ 참여 인원 : 4명
◎ 준비물 : 건강한 몸, 장갑, 모자, 랜턴, 손수건, 물(얼음물 최소 1L), 이온음료, 라면, 간식, 고기, 코펠, 버너, 이소버너, 기타 야채, 반찬, 상비약



지리산(智異山)
남한에서 한라산(1,950m) 다음으로 높은 산.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 하동군에 걸쳐 있는 산이다. 한자로는 지이산이나, 읽기는 지리산이라 읽는다. 실제로 지리산을 그 음대로 지리산(地理山)이라 쓴 기록도 많다. 지리산의 이칭 중 하나인 두류산 (頭流山)은 산을 뜻하는 '두래'에서 나온 이름이며, 백두산의 맥세가 흘러내려 이루어진 산이라 하여 두류산이라 불렸다는 설도 있다.
백두산을 시작하여 지리산으로 끝나는 맥세를 백두대간(白頭大幹)이라 부르니, 지리산은 민족의 진원지며 영산으로 추앙받는 백두산의 한반도 남부를 대변하는 산으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
지리산에는 지리천왕과 여신 숭배 설화가 있는데, 그중 하나인 지리산 산정에 사는 여신, <마고전설>의 경우 지리산의 능선을 형상화하고 있는 면도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반야를 사랑한 마고가 어느 날 돌아오겠다는 기약만 하고 떠난 반야를 기다리다, 그가 통 오지 않자 초조함에 나무를 할퀸다. 이때 마고의 손에 할퀴어진 나무가 바로 지리산 주능선 부근의 고사목(枯死木)이며, 여기서 나온 올로 베를 짜던 자리가 세천왕봉 석평전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천왕봉의 돌무덤 위에 앉아서 서쪽 하늘을 보면 낭군봉인 반야봉이 마치 달려올 듯한 산세로 눈에 담긴다.
지리산은 천왕봉과 반야봉, 노고단 등 3대 주봉과 함께 해발 1,500m 이상의 큰 봉만 해도 십지를 보유하고 있고, 피아골과 뱀사골, 화엄사계곡 등 10km 이상의 계곡이 10개나 된다. 그중 지리산에서 최고봉인 천왕봉의 일출은 산청 9경의 제1경과 지리산 8경의 제1경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 하여 당일치기 또는 무박으로 이 일출을 보고자 오르는 이들의 경우, 가장 최단 코스인 중산리 코스를 선택하여 오른다고 한다.
이외에도 웅대하고 수려한 산세에 등산객들이 많이 찾으며 등산길이 무척 잘 정비되어 있다. 어느 루트를 타든 깔끔하게 정돈된 길을 따라 오를 수 있다.

2024년 1월 10일. 등산 동호회 단톡방이 만들어진 날.
[진짜 모임이 활성화되어 먼 산까지 가능하면 지리산 한번 가고 싶습니다]
[지리산 꼭 가보고 싶은 산 중 하나입니다~ 기대되네요!!]
오르게씀이 오르게씀으로 이름 지어지기 전. 동호회 첫 활동을 계획하며 나왔던 곳, 지리산. 한라산과 설악산을 포함하여 동호회에서 꼭 가고픈 대표 산으로 뽑았던 곳이다.
여름엔 지리산을, 가을 또는 겨울엔 설악산(10~12월)과 한라산(1~2월)을 갈 계획이었으며, 아무래도 세 곳 모두 접근성이 낮고 난도가 워낙 높은 산이니 정기 산행으로 구성하는 것보다 비정기 산행으로, 하나의 프로젝트 '우리나라 대표 3 산 정복'으로 미리 계획하여 도전할 생각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첫 단추였던 지리산.
처음 우리의 목표는 '종주'였다. 등산 삐약이가 산의 무거움을 제대로 느끼기 전이었다. 다들 포부가 어찌나 큰 지. 나름 한국에서 한가닥 하는 산을 냅다 종주로 오르겠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할 수 있을까?]
사람은 경험으로 성장한다. 지난 몇 달 동안 등산을 하며 슬슬 자기 객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다들 포부가 너무 큰 탓에 쉬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할 수 있어! 까짓 거 어떻게든 가면 되겠지!"
성공 가능 여부에 대한 의문은 있으나, 막상 오르면 어떻게든 완주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 그 마음은 정작 계획했던 날이 다가올수록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우리가 종주를?'
과연 할 수 있을까. 자기 확인을 하기 위해 몇몇 회원이 난도를 대폭 올려서 지리산보단 낮고, 우리가 여태 다녀온 산보다는 높은 산을 도전해 봤다. 그 결과는 '불가'. 종주는 당장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부족한 체력을 키워보겠다며 뒤늦게 추가 운동을 해봤으나, 오히려 너무 급히 운동을 시작한 탓일까. 몸에 피로만 더 쌓였다.
그럼 종주 대신 정상만 찍는 것은 어떠한가. 이것도 쉽진 않은 도전이다. 특히 꼬리팀. 장시간 산행에 대한 자신감이 대폭 떨어졌다. 가장 바쁜 7월을 보내고 난 뒤라 그나마 오른 체력도 떨어졌다. 조금씩 걱정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체력에 따라 등산로를 따로 올라볼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마땅치 않았다. 동호회 활동 중 이만큼 의견이 갈리고, 계획이 자주 바뀐 경우는 드물었다.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7월까지만 해도 총 일곱 명이던 참가 예정자는, 8월 초 세 명이 개인 일정 및 체력 저하 문제로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포기하게 된 사람도, 남은 사람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건강하려고 산을 타는데, 산 타다가 건강을 잃을 순 없지 않은가.
이런 까닭에 결국 최종 도전자로 남은 인원은 넷.
우리의 본 계획은 이러했다. 밤 11시 30분 남부터미널에서 중산리 터미널로 이동, 버스에서 쪽잠을 자고, 다음날 새벽 4시 바로 산을 탄다. 오후 3시까지 하산. 중산리에서 남부로 올라오는 버스를 탄다. 이 버스를 놓칠 경우 택시를 타서 다른 버스 터미널까지 이동해서 올라온다.
그러나 이 계획은 결국 막판에 취소되었다. 남은 네 사람의 체력으로도 새벽 4시에 산을 올라 오후 3시까지 도로 내려온다는 것이 썩 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조바심을 내고 최대한 휴식을 줄여가며 내려온다면 가능하겠지만, 그 뒤에 따라 올 후유증이 걱정되었다. 너무 급히 서두르다 보면 부상 위험도 높아질 것이 뻔했다. 정 안되면 버스를 포기하고 택시라도 타서 다른 터미널로 이동할 계획까지 세웠으나, 그 비용도 만만하지 않았다.
일단 냅다 부딪히고 볼까? 싶은 순간에, 한 회원이 제안했다.
"이렇게 된 것, 저는 자차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이번 산행(속리산) 다녀오니, 아이스박스에 얼음물이랑 이것저것 챙길 것도 많더라고요. 그냥 저도 자차로 내려갈 테니, 두 분은 저랑 같이 내려가시죠."
넷 중 자차 운용이 가능한 회원이 둘. 그 두 사람이 먼저 자차로 이동하는 방법을 제안해 준 것이다. 운전자의 입장에선 등산 전 후 4~5시간의 운전은 무척 부담되는 일일 텐데도, 전체 입장에선 버스보다 자차 이동이 편하지 않겠냐는 것.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번 등산은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제안 덕분에 시간제한의 압박에서 벗어나자, 살짝 눌러두던 로망이 슬쩍 피어올랐다.
[자차 이동 인원만 남게 되었으니, 말씀하셨던 지리산 고기 로망을 실현해도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와우 안 그래도 육개장 사발면도 사기는 했습니다]
시간을 단축하고자 가장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오르려 했는데, 시간제한이 풀리자 슬슬 욕심이 났다. 산에서 구워 먹는 고기라니. 기회가 된다면 먹어야지.
[하늘 아래 첫 고기.]
[ㅋㅋㅋㅋㅋ 삼겹살이 좋으시죠?]
[넹]
자차로 내려가니 아이스박스도 가지고 내려갈 수 있다. 얼음물도 챙기고, 과일이랑 쌈장까지 챙기기로 했다.
"저는 가는 김에 들를 곳도 있으니 먼저 내려가 있을게요."
지리산 가는 길 볼일이 있다는 회원은 먼저 내려가고, 당일 근무를 해야 하는 나와 다른 회원은 퇴근 후 대장의 차를 타고 함께 내려가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편히 눈 붙이고 올라가려면 숙소를 잡는 게 어떤가 싶었으나, 말 그대로 잠깐이다. 대략 2시간 정도 이용하자고 추가 비용을 쓰기엔 너무 아까웠다.
드디어 당일 날 저녁. 칼퇴 후 저녁을 홀로 챙겨 먹었다. 밤중 이동이니 휴게소에서 뭘 먹을 수 없을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시키려면 차라리 차에 타기 전에 배를 채워야 했다.
7시 30분 서울역.


나와 다른 회원은 대장보다 미리 도착해서 유자차와 커피를 마셨다. 이것으로 조수석 탑승 준비 완료. 야밤에 운전해야 하는 대장을 위해서라도 우리 둘은 결코 잠들 수 없다. 자는 건 어떻게든 같이 도착 후 자겠다는 다짐으로 정신을 깨웠다.


8시 16분.
택시 정류장 앞에서 대장의 차를 타고 진짜 출발. 중간 휴게소에서는 간단히 화장실만 들러서 속도 비우고 옷도 갈아입었다. 정 피곤하면 중간에 멈춰서 자다 출발하겠지만, 심적으로 덜 불안하려면 다 도착해서 자는 것이 최고다. 업무 이야기랑 제주도, 일본 여행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며 9시, 10시, 11시, 12시까지 달렸다.
"어우. 여기 다 산이었어."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가로등과 도로 위 차량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상향등이 비치는 범위만 겨우 보이고, 그 외 주변은 온통 컴컴한 길. 회전길에서 상향등이 비치는 모습을 보고서야 도로 양 옆의 시꺼먼 공간이 산이란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우리 차는 속도를 확 줄였다. 길에 오히려 차가 없으니 다른 이들은 더 빠르게 다닐 확률이 높고, 그 와중에 우리마저 조심하지 않고 마구 밟으면 불시에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매사 조심성이 많은 대장은 그런 계산까지 마친 뒤 피곤한 와중에도 서두르지 않고 정말 부드럽게 운전했다.
12시를 넘기니 급격하게 말수가 줄어들었다. 대장은 평소 10시를 조금 넘길 때부터 잘 준비를 마쳤고, 다른 한 명은 12시 즈음에는 잠에 들 시간이었으니, 가만히 있어도 졸린 시간이다. 그나마 나는 보통 평소에도 1~2시에 자는 버릇이 들어서 정신이 멀쩡했지만, 조수석에 앉은 회원은 혀마저 풀렸다.
"그냥 자요. 혀 풀렸는데"
"아뇨. 괜찮아요."
진짜 안간힘을 주며 정신력으로 버텨 도착한 중산리 주차장. 잠시 주차하는 동안 차에서 내려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서울에선 쉬이 볼 수 없는, 별빛으로 가득 찬 하늘이다.
"사진을 찍기는 찍었는데, 무슨 프라이팬 바닥 찍은 것처럼 나와요."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도 사람 눈 만 못 하단 것을 다시 느낀다. 카메라로도 다 담지 못할 빛인데, 휴대폰 카메라야 당연히 그 수를 담기엔 성능이 한참 모자라지. 사진을 보니 정말 프라이팬 바닥을 찍은 것과 차이가 없다.

"여러분. 별은 우리 출발할 때도 볼 수 있어요."
조금이라도 더 일찍 자야 덜 피곤하지 않겠나. 대장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차에 잘 준비를 마쳤다. 짐은 트렁크로 옮기고 나는 뒷 좌석에서, 다른 두 사람은 앞 좌석에서 쪽잠을 잤다.
"알람은... 3시 20분으로"
"좋아요. 혹시 모르니 25분에도 하나 해 두죠."
더운 밤 차 안. 조금만 움직여도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흔들리는 차. 정말 불편한 잠자리. 모든 것이 잠들기 어려운 환경이다.
얼마나 피곤했던지, 그런 곳에서 나는 필름이 끊기듯 잠들었다.
"3시 20분."
알람에 일어난 것인지, 울리긴 전 눈을 먼저 뜬 것인지 모르겠다. 찌뿌둥한 몸과 달리 조금이나마 맑아진 정신으로 일어났다.
차에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셨다. 저 멀리서 개가 짖는다.
"저 놈의 개. 쉬지도 않네."
기절하듯 잠든 둘과 달리, 대장은 잠을 설쳤다. 새벽 내도록 개가 짖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억지로 눈은 감았는데, 피로는 그대로다.

그래도 어쩌랴. 피곤하니 아니 갈 순 없고. 잠깐 멍하니 있다가 별 사진 급히 찍는 사이에도 시간이 지났다. 바로 출발해도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늦을 수밖에 없는데. 더 잘 시간은 없다.
아이스박스에서 음식을, 대장 짐이 너무 무거우니 그 외 일부 짐도 나눠 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거운 대장의 가방. 잠도 설치고 가방은 이리 무거우니 체력에 부칠텐데. 정 안 되면 중간에 더 나누기로 했다.
"일단 이거. 하나씩 먹고 가죠."
대장이 챙겨준 영양제, 이문샷.
"---님 연락해 봐요. 일어났나. 우리 지금 출발하면 우리가 더 늦을 수 있고. "
등산로 입구까지 네이버 지도로는 44분. 전날부터 게스트하우스에 먼저 와 있었을 회원에게 문자를 넣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역시 바로 답장이 왔다.
"우선 편의점 들러서 물 조금 더 사고. 화장실도 들리고 가죠."

가장 가까운 GS25 앞.
"아예 여기서 아침을 먹고 갈까요?"
"그럼 -----님에게도 물어봐야죠. 전화합시다."
알고 보니 생각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있던 회원. 출발 전 편의점에서 다 만나 각자 먹을 것 사서 이른 아침 해결. 컵라면 용 뜨거운 물도 편의점에서 챙겼다.

(편의점에서 찍은 야경)
GS25에서 해결하길 참 잘했다. 그 후로는 문을 연 곳이 없었다.
"아. 여기서 상주하면서 통제 중이구나."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중간마다 빨간 차단 봉을 든 분들이 서 있거나 차에 타서 대기하고 계셨다. 이미 갓길 주차한 차량도 많은데, 무얼 막고 계신 건가. 뒤늦게 안 사실인데 위쪽에 공사 중인 곳이 총 두 곳으로 공사 차량 지나갈 자리 확보가 필요해 보였다. 그러니 좌측은 어찌 주차를 해도 우측까지 갓길 주차는 할 수 없도록 막는 듯하다.
도로엔 우리와 통제하는 사람들 외에도 몇몇이 더 있었다. 모두 등산객이다.
"달이다."
"이건 찍어야지."


가로등이 생각보다 잘 되어 있어서 랜턴이 크게 필요하진 않았지만, 중간중간 불이 나간 것인지 어두운 공간도 있고 산속엔 아예 불빛이 없다. 대장과 나만 랜턴을 챙겨 온지라 대장이 맨 앞에서, 나는 맨 뒤에서 길을 밝혔다.
"여기서 사진 하나 찍죠."


마침 우리 바로 뒤에 있던 부자(父子) 등산객에게 사진을 요청했다. 무척 흔쾌히 찍어 주셨다. 우리도 찍어드릴까 했는데 거절하셨다. 이 부자와는 은근히 인연이 길었다. 등산 오르는 내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올랐으니까.
"와. 꼬마애가 대단하네요."
아버지를 따라온 아이는 기껏해야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였는데. 우리보다 더 편안한 안색이었다. 등산복에 등산 스틱까지. 등산 준비도 무척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한창 아침잠 많을 나이인데도 이 새벽에 저리 칭얼거림 없이 일어나 있다니. 신기했다.
본격적인 등산 전 마지막으로 짐 정리.
"무료 샤워라니...영업 잘 하는 곳이네요."

등산 시작 전부터 혹 하는 간판. 내려올 땐 얼마나 더 혹 할 조건인가.




우리의 예상 이동 경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본격적인 등산 시작.
올라가는 길에 다른 모녀 등산객도 있었다. 여긴 그래도 자녀분이 성인이다. 빠르진 않아도 꾸준히 오르는 사람들이다.
"엇, 아까 그 꼬마다."
잠시 쉬는 아이를 지나 우리가 앞서다가,
"쟤도 어, 우리가 사진 찍어준 사람이다 하겠네요."
우리가 쉬는 동안엔 부자가 다시 앞지른다.
"지금 제게 저 꼬마가 페이스 메이커? 그런 거예요. 전 저 꼬마만 보고 오릅니다."
여러번 만나니 슬슬 안 보이면 내심 섭섭하다.



점점 해가 뜨고,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니 랜턴을 껐다.
칠흑 같던 어둠이 사라지자 녹음이 제 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와."
고도도 높아졌겠다. 슬슬 산 아래 풍경도 보이기 시작했다. 운무가 쫙 깔린 산 아래. 숨 고를 때마다 둘러본 풍경이 아름답다.



"하."
컨디션도 최상은 아니고. 짐도 무거우니 선두 속도가 좀 떨어졌다. 우리 뒤로 쫓아오던 등산객이 있어 자리를 비켜드렸다.
"먼저 가세요..."
"아니. 20대가 저리 힘들어하면서 60대인 나더러 앞서 가라 하면 되나."
말씀은 그리 하셨으나 순식간에 우리를 앞질러 올라가시던 분. 60대라뇨. 외관만 해도 많아야 40~50대, 체력은 우리보다 더 좋아 보이시거늘.
"가방도 너무 무거운데. 로터리 휴게소에서 아예 짐도 비울 겸 간단히 먹고 가죠"
이 계획은 곧 취소되었다. 이쯤이면 로타리 대피소가 나와야 하는데, 왜 안 나오나 할 때였다. 나오라는 대피소는 안 보이고 화장실 공사가 한창이던 곳이 나왔다.
"아... 방금 공사하던 곳이 로타리였나봐요."
"맞네. 거기가 로타리였네."

조금 더 올라가니 로타리 대피소는 공사로 이용 불가 하다는 안내 현수막이 보였다. 어쩔 수 없지. 일단 계속 오를 수밖에.
조금 더 참고 오르니. 법계사 일주문까지 올라왔다.

여기서 잠시 고민했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지어진 사찰이라니. 너무 궁금하다.
"지금 올라가세요? 그럼 서두르세요. 지금 운무가 쫙 깔려서 엄청 예뻐요."
먼저 정상을 찍고 내려가는 한 등산객의 말. 이 말에 법계사는 포기. 다음을 기약하고 넘어갔다.








"여기서 쉬고 가시죠."
정상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심장안전쉼터 평상이 제법 넓어 보였다.


바나나로 당과 열량 보충 완료.
"운동선수들이 왜 그리 바나나를 많이 먹나 했더니, 맛있어서였네!"
가방에서 좀 더 완숙된 바나나. 보냉백에 보관했기에 시원하기까지 해서 정말 꿀맛이다.
이 맛으로 다시 오르는 산.
20분 정도 더 올랐던가. 반대쪽 산에 비하면 음지에 가까운 곳을 오르고 있음에도 해가 점점 하늘 위로 오르니 공기 중 온도가 빠르게 올라갔다.
"여기서 쉬죠."
정상에 다다를수록 쉼터 빈도가 높아졌다. 한 두어 개 넘기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멈췄다. 선객도 제법 많았는데, 우리가 올라오니 그분들은 떠날 채비를 한다.
"이쪽으로 와요."
조금이나마 그늘진 자리를 찾아 않았다. 누우니 머리는 햇살아래라 눈이 부시다.

다른 등산객도 이곳에서 쉬다가 곧 체력을 회복하고 다시 오른다.
"도시락이라도 먹을까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문하고 챙겨 온 도시락. 고기랑 같이 먹을까 했으나, 당장 배도 고프고 짐은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니 얼른 꺼냈다. 토마토랑 포도도 후식 겸 반찬으로 꺼냈다.
"오"
"우와."
"두 개 싸 달라고 하니, 저 혼자 다 먹는다 생각했나 봐요. 다른 종류로 싸 주셨네요."


하나는 쌈밥과 계란말이, 또 다른 하나는 계란 지단을 덮은 볶음밥.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데, 진짜 맛있었다. 시장이 반찬인 탓도 있겠으나, 그냥 음식 자체가 자극적이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이 잘 어울렸다.
"그나저나 그 꼬마는 어디까지 간 걸까요?"
언제부터인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오르던 부자 등산객이 안 보였다.
성인보단 보폭이 짧으니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우리보다 크게 앞지르진 못 하리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영 보이지 않으니, 걱정이 슬쩍 들었다. 우리가 진 것이 아닌가 싶은 걱정.
"어."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익숙한 스틱 소리가 들렸다.
"어라. 어디로 올라온 거지."
분명 마지막으로 본 것이 우리를 앞지르던 모습이었는데, 우리가 한참 쉬는 동안 우리가 지나온 곳을 지나오고 있다니.
"아까 법계사 쪽으로 올라가던데. 들렀다 오나 봐요."
의문은 대장이 풀어주었다.
진짜 대단한 아이다. 아버지야 성인이니 그러려니 해도 저 작은 아이가 여기까지 담담하게 오르다니. 그것도 우리는 포기하고 온 곳까지 들러서!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 따라 산을 올랐다던 대장의 어린 모습이랑 겹쳐 보인다.
저 아이는 아마 커서도 산을 계속 오르지 않을까. 내 나이면 해외의 더 높은 산도 가뿐하게 오르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작은 아이도 꾸준히 오르는데! 우리도 힘내서 올라야지.




9시를 지나자 주변 나무가 달라진다. 녹음 사이로 고사목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정상에 점점 가까이 가고 있다. 하늘이 보이는 범위도 점점 넓어진다.





9시 20분. 천왕샘 하단 쉼터. 쉼터 의자보다 그 옆 바위의 그늘 진 부분이 너무 시원하다.


"생각해 봤는데. 종주는 올해 안 될 것 같아요. 만만하지가 않네."
대장과 난 이번 산행 후 10월 종주를 확정 지을 예정이었다. 그 결과 올해. 그것도 바로 다가오는 10월은 무리수라고 판단했다.
"종주는 내년에. 내년에 도전합시다."
"넵."
내 판단도 같다. 최소 지금보다 더 많은 짐을 지고 더 많은 시간을 움직여야 할 텐데. 확실히 무리겠다. 아예 못 갈 정도는 아니고 하려면 할 순 있겠다 정도다만. 굳이? 이 정도의 무리를 감수하고 오르기엔 후유증이 너무 클 듯하다. 그러니 좀 더 몸을 단련시키고 이 정도 산행이 할 만 한데 정도가 아니라 쉽네 정도가 되면 그때 도전해야겠다.
"아... 시원하다."
우리가 찬 바위를 소파 삼아 기대어 쉬는 동안 주변엔 등산객이 많이 모여 있었다. 그 중 한 분의 목청이 워낙 커서 말 소리가 귀에 확 들어왔다.
"여편네가 얼음을 너무 꽝꽝 얼려서 이거 뭐 마실 수도 없고! 아니, 하나는 그냥 두라니까 둘 다 얼렸잖아!"
세상에. 빠르게 올라왔어도 4시간을 걸렸을 텐데 얼음이 그대로라니. 저 분 냉장고 성능에 감탄이 나온다.
"샘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그러고 보니 지리산 산행 중 급수 가능 구간이 제법 있다고 들었는데. 여태 그냥 지나친 것인지 본 적이 없다.
"바로 위에 샘이 있나 봐요."
물도 떨어졌으니 우리도 채워가야겠다.
"저기 저 계단을 오르면 끝이겠죠?"
멀찍이 보이는 가파른 계단. 말을 못 잇고 있는데, 다른 등산객이 본인 일행에게 하는 말이 귀에 꽂혔다.
"어우, 저길 오른다고? 와. 우린 안 올라서 다행이다!"
우리 시선이 그리 몰리자, 그분은 웃으며 물었다.
"아, 올라가세요? 괜찮아요! 금방이에요, 금방!"
우린 이미 들었는데요. 앞서 하신 말과 정 반대잖아요.
"하하. 우리도 반대편으로 올라왔다 가는걸요. 할 만합니다. 아, 저기 조금 올라가면 샘 있어요. 거기 물 맛 좋으니까 꼭 맛보고 가요. 그 바위 쪽에 물 나는데, 올라가서 왼쪽 잘 살펴보면 있어요."
"옙. 감사합니다."
그래도 눈에 보이는 계단이 끝이라니 힘을 내어 다시 출발.
"왼쪽... 왼쪽이라 했는데?"
"아, 저기 국자!"


산에 나는 샘. 진짜 샘이다. 뒷동산에 정수된 물 같은 걸 떠올리면 안 된다.
바위틈으로 물이 고여 쪼르르 떨어지는 것. 자연 그대로의 것이라 바위틈 녹빛 이끼가 촉촉한 길을 따라 새어 나온다. 그 와중에 누군가 인위적으로 꽂아둔 풀잎 따라 물줄기가 튀는데, 그 물줄기가 바로 천왕샘이다.
"음. 마셔도 되는 물인가요. 저는 안 마시렵니다." 한 분은 음수를 포기. 두 사람은 이미 물을 병에 채웠다.
"침전물 같은 건 없어요! 엄청 맑아요!"
"그. 뭐였지, 종이 같은 걸로 거르면 괜찮다던데."
"한지? 삼베?"
"커피 필터요?"
"아, 맞아요 커피 필터!"
문제는 필터 따위 없다는 것.
나는 잠시 고민하다 물통을 꺼냈다.
"면역력을 키워보겠습니다."
미생물... 먹어서 탈 날 정도면 진즉에 차단했겠지 생각하며 물을 받았다.
"물 시원하죠? 향도 좀 나고. 오이향. 저거, 저게 산오이풀이에요. 저것 때문에 오이향이 나요."
다음 순서를 기다리던 등산객이 깨알 지식을 전해주셨다.
"저기 바위틈에 난 거. 저게 산오이에요. 자, 저런 바위틈에 왜 풀이 자라는지 알아요?"
"물이 고여서?"
"아니지. 모르겠어요? 답은 개미. 개미들이 저런 곳에 씨앗을 나르거든. 그러니 저렇게 풀이 바위틈에서도 잘 자라는 거고."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며 순서를 기다렸다. 물줄기가 워낙 가늘어서 한 병 채우는 것도 오래 걸렸다.
어쨌든. 이것으로 시원한 물 한 병 충전. 정 걱정되면 나중에 끓여서 마시려 했으나, 다른 물이 다 떨어져서 그냥 마셨다. 물 나는 곳을 안 봤으면 그냥 시원하고 맛 좋은 물이었다. 오이향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제 천왕봉까지 남은 거리 300m.








가파른 계단을 적당히 쉬어가며 올랐다. 뒤돌아서 보이는 풍경이 워낙 예뻐서 일부러라도 쉬어갔다.
와글와글. 사람들 소리가 점정 커지고 끝이 보인다!
10시 2분! 약 5시간 만에 도착한 정상!


정상석 사진 찍는 줄에 섰다. 여기까지 올라서 찍는 사진. 한두 컷으로 끝낼 수 없지. 다들 같은 마음이라 앞선 사람이 여러 컷을 여러 각도로 찍어도 그러려니 기다린다. 자기도 그럴 예정이니까.
우리도 홀로 온 다른 등산객 사진을 먼저 찍어드리고, 각자 정상석 옆에서 홀로 찍었다. 단체 사진은 어차피 아래에서 많이 찍었으니 넘긴다.
정상석 옆 바위는 앉기도 좋은 데, 사진 찍기도 참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인생사진 한 방을 또 남겼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 했어요!"


괜찮다는 회원까지 왕창 찍고 우린 가야 할 길이 머니 후다닥 내려왔다. 도시락으론 배가 부족하니 얼른 장터목 대피소로 이동해야지.










하산 풍경도 아름답지만, 올라오는 쪽보다는 조금 아쉽다. 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오. 이것 봐요."



바위틈으로 계단을 내어 만든 길. 이때는 몰랐는데, 다시 찾아보니 이곳이 통천문이었다.
"하여튼 대단해요. 여기서 바위로 막혔다 싶으면 돌아가면 그만인데. 아예 뚫어버렸어."
진심으로 여길 오를 생각은 누가 먼저 했으려나.









등을 지나 쭉 걷다 보니 어느새 장터목 대피소 도착.


로타리 휴게소가 공사 중이라 그런가. 등산객으로 엄청 붐볐다.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눈치를 보던 차. 아래에서 보던 부자가 보였다. 이것도 인연인데, 합석해도 괜찮은지 여쭤봤다. 흔쾌히 괜찮다 하셨지만, 우리가 착석하자 곧 식사를 마무리하시고 떠나셔서 괜히 우리로 더 쉬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그런데 막상 앉고 보니 그늘 한 점 없는 곳이라 덥기도 덥고, 바람에 버너도 켜지지 않아 결국 실내 취사장으로 이동. 비록 의자가 없어서 서서 먹어야 했으나, 시원한 게 더 좋았다.





좋은 고기에 고기를 잘 굽는 회원의 솜씨가 더해져서 진심으로 맛있게 먹었다. 쌈장이랑 헹군 김치, 도라지 무침, 고추, 파프리카랑 당근. 이래서 대장의 짐이 그리도 무거웠구나. 진심 완벽한 한 상. 탄수화물은 사발면으로. 보온병 성능이 어찌나 좋은지, 얼큰하고 뜨뜻한 국물까지 한방에 해결되었다. 혹 양이 부족할까 오리 고기도 챙겨 왔는데, 은근히 양이 많아서 채소는 일부 남겼다.
하. 완전 하산 후 먹는 고기도 맛있지만, 이렇게 산에서 먹는 것도 최고다. 풍경은 실내 취사장이라 볼 것은 없으나, 여러 팀이 식사를 준비하고 먹으니 오랜만에 수학여행 나온 기분도 나고 재밌었다.




배를 든든히 챙기니 이제 고비는 나른함이다. 게다가 장터목 오기 전부터 발에 문제가 생긴 회원이 둘. 한 명은 물집이 잡혔고, 다른 한 명은 발톱 하나가 들린 느낌이다. 다행히 확인했을 때 빠지거나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나 그대로 더 걸으면 어찌 될지 모른다. 응급처치로 밴드를 감싸 고정시켰으나, 그것은 또 그만큼 걸음 걷는 것에 영향을 줄 것이 뻔하다.
노곤함과 다리 통증. 자연스레 하산 시간이 더 길어졌다. 나는 다리는 괜찮으나. 다소 몽롱한 상태에서 내려가니, 잘못 딛는 바람에 두어 번 넘어질 뻔했다. 스틱을 꺼내서 쓰다가 영 손이 불편해서 다시 넣었다.
1시 30분. 계곡에 점차 더 가까워지고. 발 피로가 심해시니 근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등산객들이 발 담그고 있는 개울이 있어 그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 화장실 때문에 먼저 내려갈게요."
마지막 셋 사진 찍어주고 먼저 내려간 회원. 남은 셋은 자리를 잡고 그대로 뻗었다.


물은 엄청 차갑다 못해. 시리다. 약 7, 8분 정도 쉬다가 다시 출발.



유암폭포까지 조용히. 별말 없이 내려왔다. 다들 엄청 지친 기색이다. 특히 한 명은 안색이 너무 안 좋아서 걱정이 들 정도였다. 더 자주, 조금씩 쉬어가며 내려갔다.







바위로 가득 찬 넓은 계곡도 지나고, 자잘한 폭포가 있는 계곡을 걷다가 짧은 흔들 다리를 지났다.





"어. 이거 우리 올라올 때 그 흔들 다리 아녜요?"
긴가민가했는데 아니다. 그다음 갈림길 지나 나온 흔들 다리가 우리가 지나온 다리였다.
3시 20분. 슬슬 신호가 왔다. 당장 급한 건 아닌데, 이 속도로 하산하여 버티기엔 쉽지 않겠다는 신호가.
"저, 저도 먼저 내려갈게요. 화장실 가야겠습니다."
다시 올라오더라도 먼저 뛰어가야겠다. 진심 뛰었다.
앞서 보냈던 등산객을 다 제치고, 지난 새벽 어두울 때 못 보고 지나친 길이라 길을 잘못 들어서면 어쩌나 했는데, 길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별문제 없이 잘 지나갔다.





3시 39분.
등산로 입구 도착. 화장실이 없다. 도로를 따라 탐방지원센터로 내려가니. 먼저 내려가 기다리던 회원이 있었다.
"어? 왜 혼자예요?"
"저 먼저 내려왔습니다! 화장실 어딘가요?"
화장실부터 보고 다시 올라갔다.
"다시 가요? 여기서 기다리죠?"
그러기엔 두고 온 회원 안색이 너무 안 좋았던지라. 마음이 쓰여 기다리고 있기 애매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뛰듯이 올라가니, 내가 앞질러 내려왔던. 이들과 다시 마주쳤다.
"어라, 아까 내려간 거 아녜요? 다시 올라가요?"
"아, 일행이 있어어요!"
홀로 제법 많이 내려왔으니 꽤 오를 각오하고 올랐는데, 걱정과 달리 남은 두 사람과 더 빨리 만났다. 심지어 안색이 훨씬 좋아 보였다.
영양제와 식염포도당의 힘이었다. 다리도 다리지만 탈진이 오고 있었던 것. 내가 먼저 내려가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순간에 식염포도당을 떠올렸고, 그걸 먹고 나니 그나마 살만해진 덕분에 무사히 내려온 것이다.
4시 35분. 어찌 마지막 힘까지 내어 탐방지원센터로 내려왔으나. 주차장까지 걸어갈 힘은 없다. 버스비는 1인 당 2000원. 정류장 근처에 택시가 대기하고 있는데, 이건 주차장까지가 6000원이다. 시간도 빠르고, 비용도 더 저렴하니 택시로 이동. 순식간에 주차장까지 내려왔다.
따로 이동하여 식사를 하자니 각자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빙수는 먹고 가야지. 기다렸다는 듯 주차장 옆 휴게소에 빙수를 팔고 있었다.

우유 얼음이 아니라 진짜 생 얼음에 연유와 우유를 부은 뒤 팥과 찹쌀떡 조각, 해바라기씨 초콜릿 토핑을 올린 빙수. 아작 씹히는 얼음 빙수가 어찌나 시원하던가. 더위가 싹 내려갔다.
혼자 내려가는 분은 먼저 보내고, 남은 셋은 편의점에서 추가 당과 커피를 보충했다. 지금부터는 생존을 위한 피로와의 전쟁이다.
"노을 예쁘다. 괜찮으면 한 번 찍어줘요."




휴게소 갈 때까지는 셋 다 고비였는데, 휴게소에서 식사 후,

서울까지 가는 길은 앞 좌석 두 분의 토론 같은 대화 덕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티가 났겠지만, 나는 뒷 좌석에서 잠깐씩 정신을 놨다가 붙잡길 반복했다. 그리고 그 사이마다 대화 주제가 달라져 있었다. 하하. 그 긴 시간 운전해 주신 대장에게도, 그 옆을 잠에서 이겨가며 지킨 다른 회원께도 감사를 드린다.
후. 지리산. 역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높은 산.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산을 무사히 찍고 내려왔다!
높은 만큼 정상에서 내려본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다음에 일출이랑 가을, 겨울의 모습도 보고 싶다. 언젠가 꼭 종주도 도전해보고 싶다. 어려웠던 만큼 성취감도 높았고 사진으로 담지 못 한 풍경이 많았던 곳, 지리산. 이번에 함께하지 못 한 회원들과도 언젠가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
+며칠 뒤 들은 이야기
먼저 내려온 일행은 하산길에 담비도 봤단다. 부럽다. 은근히 겁도 많아서 낮엔 보기 힘들다던데. 너무 빨리 지나가서 사진은 없고, 목격담만 전해주었다.
담비...다음엔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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